Movie 걸어도 걸어도 2009/06/21 19:40 by Ahn

 
 영화를 보고 돌아다니다 집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 누워 곧 잠이 들었다. 늦은 오후의 낮잠이었다. 깨어나니 저녁이 다되어 간다. 집안은 적막하다. 불안하다. 누구나 한번 쯤은 경험했을듯한, 어릴 때 잠에서 깨니 엄마가 보이지를 않아 불안한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난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을 잘 안잔다. 개운함을 맛보는 것보다도 어린아이였다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그 불안이 두렵다.
 
 나는 영화를 떠올렸다. 두 노인이 떠오른다. 두 노인의 죽음이 끝에 나레이션으로 언급된다. 완고하고 외로워 보이는 아버지, 죽은 장남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약간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만 현모양처로 보이는 어머니, 어쨋든 노인이나 생생한 모습으로 금방까지 보여줬던 두 사람의 죽음이 허망하다. 몇몇의 장면 전환으로 산 사람이 죽은 것으로 되어버리는 영화가 너무도 리얼했던 것은 살아있기에 잊고 지내지만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통보받은 현실과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문득 찾아오는 죽음의 의외성이 누구도 비껴나갈 수 없음을, 그리고 그 죽음으로 내가 슬퍼할 사람들을, 그리고 나를 떠올리며, 일상에서 삶의 유한성을 잊어버린 까닭에 마치 영원히 살 것같은 착각으로 가지게되는 목표니 꿈이니 하는 것들이 어느 누가 죽을 때 인생을 짧은 아침 이슬에 비유한 것 처럼 물거품같이 허망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낮잠에서 깼을 때의 유기 불안과 함께 죽음과 삶의 모든 불가항력 앞에서 마치 인생에서 주체로서 내가 무기력해지는, 삶에서 유기되는 느낌이다. 내가 굳건하게 믿으며 딛고있던 땅이 허물어지는 경험이다. 그토록 익숙한 집도 집밖의 풍경도 하늘의 빛깔도 저녁의 공기도 나의 꿈도 낯설다. 이방인이다. 
 
 감독은 영화를 찍기 수 년 전에 두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고 한다. 일 때문에 다른 일상때문에 두 분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후회했다고 한다. 앞에서 말했던 삶의 불가항력 중에 하나가 그 후회다. 불완전한 사람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 상처와 후회 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선을 다한다고 한들 우리가 불완전한 까닭에 그것 또한 불완전한 최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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