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그는 터무니 없이 하늘의 그분이 마땅히 해야할 일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신과 믿음에 대한 혼란은 제멋대로 신의 성격을 규정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는 한번도 영접해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신을 믿고 또 의심하고 있다. 그의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그의 심각함은 희극이다. 그에게 믿음의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그가 속해있는 종파의 말과 그것이 신의 말씀이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당연히 순교에 신은 침묵한다. 그들이 목숨을 바친 신은 없다. 사람들은 신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믿음에 순교했다.
내가 끝까지 참고 읽었던 것은 주인공의 성격이 교인으로서, 당시인의 관념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은 기존의 신에 대한 관념에서 깨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끝내 실망했던 것은 그가 단지 신의 성격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배교를 허락하는 신의 말이 앞에서 수없이 품었던 순교의 순간에 왜 침묵하는가에 대한 의문들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배교를 허락하는 신은 나름 파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순교와 배교 - 자타의 종교를 나누고 있는 신은 여전히 그들의 종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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